[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최근 글로벌 앱마켓 시장이 ‘공정경쟁’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구글과 애플 등 빅테크의 독점 구조를 완화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려는 각국의 움직임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국은 여전히 ‘규제 강화냐 완화냐’의 공방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사진=구글 이미지 생성)



EU·英·日·美, 경쟁 작동하는 시장 설계로 선회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디지털 플랫폼 시장 내 빅테크 기업의 반경쟁 행위가 지속되자 세계 각국은 경쟁이 작동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모바일릴게임
강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3년 디지털시장법(DMA)을 시행해 빅테크 기업의 자사 서비스 우대, 데이터 독점, 앱스토어 지배력 남용을 본격 규제하고 있다. 특히 자사 플랫폼 이용자에게 경쟁 플랫폼 이용을 막는 행위인 ‘멀티호밍’ 제한 금지로 제 3자 앱마켓의 등장을 제도적으로 보장했다.
영국 경쟁시장청(CM온라인투자
A)은 지난 7월 구글 모바일 플랫폼을 대상으로 한 ‘전략적 시장 지위’(SMS) 잠정 지정안을 공개했다. 올해 1월 시작된 예비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최종 지정 여부는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오는 10월 확정된다. SMS 제도의 핵심은 소비자와 개발자의 선택권 보장, 시장의 신뢰·투명성 강화에 있다.
일본은 오는 12월 ‘스마파인테크닉스 주식
트폰 특정 소프트웨어 경쟁촉진법(MSCA)’ 시행을 앞두고 제3자 앱스토어·대체 결제 허용, 자사우대 금지, 외부링크 제한 금지 등을 규정한 가이드라인을 지난 7월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에픽게임즈 반독점 소송으로 제9연방항소법원이 지난 7월 구글 플레이스토어 구조개편 영구금지 판결을 유지하며, 구글은 제3자 앱스토어와 외부결제 허용 개편을온라인 릴게임 사이트
추진 중이다.
규제 선도했지만 실효성 낮은 한국
한국은 2021년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 금지’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을 시행했지만, 업계 체감 변화는 제한적이다. 한 중견 게임사 P사 대표는 지난달 국회 토론회에서 “구글과 애플 수수료가 최소 30%에 PG 수수료까지 합하면 40%에 달한다”며 “법은 생겼지만 시장아이폰관련주
은 여전히 앱마켓 사업자 중심”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2023년 구글과 애플이 인앱결제 강제를 통해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했다고 판단, 각각 약 420억원, 210억원의 과징금 부과 방안을 마련했으나 2년째 의결을 완료하지 못하고 있다. 위원장 탄핵 사태와 조직 개편 등으로 심의가 지연되면서 제도개선 역시 표류 중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과징금 미부과로 과도한 수수료와 독점적 지위가 유지되며, 그 부담이 개발사와 이용자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 시행 이후에도 구글과 애플 등 빅테크는 외부결제를 허용하는 대신 26% 수수료 부과, 결제 링크 제한 등 편법으로 독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구글이 국내 주요 게임사에 대규모 인센티브를 제공한 ‘프로젝트 허그’ 의혹까지 불거졌다.
아울러 정부는 2021년 ‘국내 앱마켓 상생 협약’, 2022년 ‘모바일 앱 생태계 활성화 회의’ 등을 통해 개선 방안을 모색했으나, 권고 수준에 그치며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올해 5월 발의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앱마켓이 외부결제나 신고를 이유로 심사 지연·랭킹 불이익을 줄 경우 최대 3배 징벌배상을 부과하도록 했지만 입법 논의는 ‘규제 강화 vs 과도한 개입’이라는 논쟁 속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역시 한·미 통상 마찰 우려로 논의가 연기됐다.



‘중국 게임 해외 진출 지침서’에서 원스토어가 구글 플레이·애플 앱스토어와 함께 국내 주요 앱 유통채널로 소개됐다.(자료=중국음악영상디지털출판협회 보고서 갈무리)



‘제3 경쟁자’ 육성이 해법…국내엔 원스토어

전문가들은 규제 논의 초점을 ‘누가 더 세게 막을 것인가’에서 ‘누가 경쟁할 수 있게 만들 것인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회 정무위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세계 주요국들이 이미 제3자 앱마켓 설치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이미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가 제3자 경쟁자로 자리 잡았다. 원스토어는 구글·애플이 양분한 글로벌 시장에서 유의미한 점유율을 기록한 세계 유일의 제3자 앱마켓이다. 최근 중국에서 개최된 차이나조이에서 중국음악영상디지털출판협회가 발표한 ‘중국 게임 해외 진출 지침서’에서 원스토어는 구글 플레이·애플 앱스토어와 함께 주요 국내 앱 유통채널로 소개됐다.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원스토어는 2020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최근 5년간 모바일 게임 거래액 점유율 12.8%를 기록하며 애플을 제치고 2위 앱마켓으로 올라섰다. 기본 수수료를 20%로 낮추고 외부결제를 전면 허용, 개발사와의 상생 정책을 이어가며 이용자와 개발사의 신뢰를 확보한 결과다.
국내 중견 게임업계 관계자는 “대안 채널이 커질수록 개발사는 복수 앱마켓 동시 출시 유인이 생기고, 이용자도 결제와 유통 선택권이 넓어진다”며 “공정 경쟁이 작동하면 수수료와 가격은 낮아지고, 중소 개발사의 진입과 노출 기회가 늘어나 콘텐츠 다양성과 서비스 품질이 함께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현 (atoz@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