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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높이를 묻지도 낼 성언은 얼핏봐도 키가뮤지컬을 선호하는 제주도민들에게 지난 10월 넷째 주 주말은 무척 즐겁고 반가운 날이었을 것이다. 제주를 대표하는 공공 공연장인 제주아트센터와 제주문예회관이 제작에 참여한 뮤지컬 공연이 잇달아 무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24일부터 25일까지 공연한 제주아트센터 창작뮤지컬 '이어싸 삼도바당'(이하 삼도바당), 25일 공연한 제주문예회관 창작뮤지컬 '고래의 아이'는 각각 탑동매립과 4.3이라는 실제 제주 역사를 소재로 삼았다. 
'삼도바당'은 제주 공연 예술가들이 힘을 모아 준수한 작품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고래의 아이'는 이미 역량을 입증한 '작곡 김경택·연출 김재한' 조합이 새로운 4.3 창작에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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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여 어느 지역보다 막중한 책임감을 짊어지고 있는 제주 공공 공연장들이 창작의 판을 깔아준 사실은, 지역 예술 발전 측면에서도 고무적이고 유의미하다고 평가된다.




창작뮤지컬 '이어싸 삼도바당'의 무대 인사 장면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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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제주 바다에서 벌어지는 매립 공사
'삼도바당'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1년 앞둔 1987년 제주 삼도마을이 작품 배경이다. 삼도 바닷가를 매립하려는 전 폭력조직 삼도파, 현 삼도건설용역에 해녀를 중심으로 한 주민들이 맞서는 이야기를 다룬다. 앞서 언급했지만 '삼도바당'은 제주 탑동매립을 소재로 삼았다서울가스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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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신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전 제주대 학술연구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제주시는 1976년 해일 피해 방지와 관광단지 조성을 목적으로 탑동매립계획을 수립했다. 제1차 매립은 1980년 5월에 완공됐으며, 1982년에 제2차 계획안이 수립된다. 다만, 사업비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1984년부터 1986년까지 제주시와 광주시 소재 건설대상 주식
업체가 공동으로 매립면허를 신청했고, 1986년 12월 24일 매립면허가 발급된다.
다만, 당시 국회에서는 공공성을 강화한 형태의 공유수면매립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었고, 그해 12월 17일 국회를 통과해 3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었다. 결국 탑동매립은 개정 전 법안을 기준으로 매립면허가 발급되면서 정경유착 논란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탑동M&A관련주
해안을 이용하던 어촌계·잠수회의 동의도 제대로 받지 않았고, 보상금 지급이나 먹돌 관리 등 약속도 지키지 않아 해녀들의 반발을 샀다.
'삼도바당'은 이런 역사적인 사실에 근거해 이야기의 틀을 만들었지만, 힘은 한결 덜어내는 전략으로 접근했다. 국회에서의 입법 절차, 해녀들의 50일 점거 농성, 시민사회사회까지 가담한 반대 투쟁 확산 등 비교적 복잡한 서사 대신 주민과 삼도건설용역 간의 대립으로 압축했다. 
1장은 삼도해녀 공동체의 삶, 운동회로 표현되는 흥겨운 마을 분위기, 그 과정에서 얼렁뚱땅 진행되는 주민 매립 동의와 불거지는 갈등까지 소개한다. 2장은 양 측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착공식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작품은 착공식에서 두 집단이 맞붙고 설상가상 거대한 파도까지 들이닥치는 국면에서 '전통'이란 방법으로 출구를 모색한다. 당대 가장 고도화된 인간의 기술도 무기력하게 만드는 거친 자연 앞에서, 주민들은 자신들과 공존해온 신앙(해신당)과 믿음(용궁 물꽃)에 주목하면서 위기를 모면한다.
이렇게 작품은 매립이 완전히 이뤄진 실제 탑동 역사와 대비되면서, '우리 사는 삼도바당'을 지키고 사랑하자는 마지막 노래 가사처럼, 난개발과 도시화 속에서 최소한 잃지 말아야 할 제주다움은 지키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삼도바당'은 무겁지 않은 서사와 함께, 1987년이란 시대 배경을 오롯이 담아내는 연출을 더하면서, 그 시대를 기억하는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마을 체육대회에서 부채춤, 굴렁쇠, 훌라후프를 이용한 매스게임, 줄다리기 등이 등장하며 추억을 자극했다. 음악 역시 1980년대 전후로 유행했던 팝과 가요를 실제 사용하고, 작곡에 있어서도 반 헤일런의 대표곡 'Jump' 등 복고 느낌을 적극 차용했다. 출연진은 노래 연기에 있어 남녀 주인공을 중심으로, 다른 배우들도 저마다 주어진 역할을 매끄럽게 소화했다. 특히, 김현주, 김균택, 고미진, 문푸름, 김선우, 이종민, 신채희 등 앙상블들의 열연이 돋보였다.

이렇게 '삼도바당'은 극작, 연출, 연기, 음악 등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고르게 균형을 이룬다. 다만, 각 요소마다 보완점이나 한계도 없지 않았는데, 무엇보다 무대 세트와 막과 막 사이의 전환은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작품은 해신당, 주택, 건물 등 주요 배경 세트에 바퀴를 달아서 때마다 등장시키는 무척 친숙한 형태로 제작-운영했는데, 크기가 작지 않다보니 막이 바뀔 때마다 옮기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이로 인해 극 진행의 속도가 떨어지고 관객의 몰입까지 영향을 줬다. 또한 전형적인 인물이나 단순화시킨 서사와 대사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창작 뮤지컬 '고래의 아이' 무대 인사 장면 ⓒ제주의소리


고래를 부르는 제주 할아버지, 그의 아픈 과거
'고래의 아이'는 바다에 사는 고래를 불러낼 수 있다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제주 할아버지를 둘러싼 이야기다.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은 제주 앞 바다에 거대한 해양생태공원을 건설하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운다. 그 계획의 일환으로 고래 할아버지를 포섭하려 한다. 정치인은 고래를 생태공원 안에 가두려 하지만 할아버지는 반대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 정치인의 명령으로 할아버지에게 접근해 손녀인 척 하는 젊은 여인, 고래를 보고 싶어 무작정 할아버지를 찾은 유튜버, 고래 전문가, 할아버지와 가까운 심방 겸 식당 주인이 등장하면서, 초현실적인 경험을 통해 숨겨져 있던 할아버지의 아픈 과거가 드러난다.
작품은 어린 시절에 겪은 4.3 트라우마가 평생 이어진다는 피해자의 고통 뿐만 아니라, 현재 진행형 4.3 현안인 '직권재심' 재판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 2021년 2월 제주4.3특별법이 개정되면서, 4.3 당시 일반·군사재판으로 억울하게 유죄를 받은 희생자는 특별·직권재심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됐다. 2021년부터 계속 제주지방법원에서는 특별·직권재심이 진행 중이다. 물론 작품이 직권재심을 비중 있게 다루지 않지만, 4.3의 역사를 계속 주목했다는 점에서는 평가할 부분이 있다. 또한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를 계기로, 현재 국회에서 '생태법인'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래라는 소재도 나름대로의 시의성을 가지고 있다.
'고래의 아이'는 작곡가 김경택, 연출가 김재한이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은 각각 작곡, 연출에 있어 빼어난 역할을 발휘했다. 
김경택은 옥타브를 올리는 기법을 적절히 사용하면서 극적인 선율을 창작하는 능력을 뽐냈다. 특히 등장인물들이 고래투어 배를 타는 장면에서는 고래가 무대에 구현되지 않지만, 마치 고래가 뛰노는 아름다운 바다를 연상케 할 만큼 감미롭고 웅장한 음악을 선보였다. 

김재한은 무대 설치에 있어 선택과 집중 전략이 돋보였다. 기본적으로 간이 소품을 비롯한 비교적 간소한 무대 운영을 중심으로, 중요한 과정에서는 거대한 세트를 등장시켰다. 여기에 빠른 막 전환도 더하면서 관객의 이목을 계속 집중시켰다.




'고래의 아이' 한 장면 ⓒ제주의소리





'고래의 아이' 한 장면 ⓒ제주의소리


덧붙여 무대 바깥 벽면까지 영상을 활용하면서 공간의 제약을 탈피하려 노력했다. 과거 회상은 AI 영상을 사용했는데, 흐릿한 효과를 추가해 어색함과 불쾌함을 중화시켰다. 덧붙여 현재 서울 대학로에서 활동하는 배우들로 채워진 출연진은 노래, 연기, 몸동작, 감정 표현, 개인기까지 빼어난 역량을 자랑하며 공백을 채우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렇게 '고래의 아이'는 음악, 연출, 배우의 힘까지 삼박자가 관객에게 각인된다. 다만, 극작에 있어서는 그만큼의 완성도를 보이지 못했다. 무엇보다 고래를 부르는 능력으로 인한 비극과 4.3 피해자라는 두 가지 핵심적인 과거가 명확하게 연결되기 보다는, 뭉뚱그려지듯 넘어가면서 큰 아쉬움을 줬다. 유튜버에게 찾아온 큰 변화와 주인공의 반전 모두 설득력이 충분치 않았다. '고래의 아이'를 '김경택·김재한' 조합이 먼저 만든 '동백꽃 피는 날'과 비교하면, 대규모 개발과 그 영향을 받는 인물의 과거가 밝혀진다는 점에서는 유사한 구조를 보이는데, 서사의 탄탄함은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또한 법원 상징까지 AI로 제작했는데 실제와 달랐고, 작품 자체가 직권재심을 전면적으로 깊이 다루지 않더라도 법원 용어나 판결문에 있어 실제 사례를 더 참고한다면 좋겠다는 사족을 더한다.
제주 공공 공연장의 역할을 묻다
'삼도바당' 제작진은 주로 제주민예총 계열에서 활동해온 제주 출신 또는 제주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창작자들이 주축이 됐다. 출연진까지 포함해도 상당수가 제주 기반 예술인들이다. 여기에 제주로 이주한 예술가들이 감초 역할을 맡았다. '고래의 아이'는 작곡을 제외한 대다수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 서울 대학로와 수도권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연출자가 제주와 4.3에 대한 깊은 애정-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 제주 출신 김경택 작곡가의 뛰어난 작곡 능력이 더해졌다.
어느 작품이 더 낫다고 비교하기 보다는 장·단점과 각자의 특징이 명확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많은 부분이 개선돼야 한다는 사실과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점 모두 동일하다. 
다른 공통점이라면 두 작품 모두 공공 공연장이 국비 사업에 선정되면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제주 공공 공연장은 가동률에 있어 전국 최고를 놓치지 않는데, 섬이라는 물리적 특성과 함께 지역 예술인들에 대한 기회 제공과 도민 향유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어려움을 늘 안고 있다. 부족한 예산도 빠지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제주아트센터와 제주문예회관이 제주 소재를 활용한 '뮤지컬 창작'이란 고난이도의 작업을 성공적으로 성사시켰다는 점은 높이 평가받아야 할 일이다. 두 작품 모두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발전시켜 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기에, 다음 무대를 기다려본다. 작품을 매개로 한 교육 등의 프로그램까지 확장한다면 전반적인 제주 예술 발전에도 도움이 되리라 본다. 
무엇보다 이번 두 창작을 계기로 공연 기획자의 구상·역량이 십분 존중받으면서, 지역의 민간 예술가들과 원활히 소통·협업하며 창작을 완성시키는 '기본에서 출발하는' 풍토가 자리 잡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