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인공지능(AI)은 이제 모든 산업의 기본값이 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결국 스타트업의 운명을 바꾸는 건 ‘사람’이다.”




조현익 카카오벤처스 수석심사역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벤처스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카카오벤처스)



조현익 카카오벤처스 수석심사역은 최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본사에서 진행한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 8년간 수백 개 스타트업을 만나며 투자 심사를 진행해온 그는 “AI 시대에도 스타트업의 성공을 좌우하는 건 데이터나 지표가 모바일 바다 이야기 다운
아니라 창업가의 비전과 실행력, 문제를 대하는 태도였다”고 강조했다.

숫자보다 ‘이유’를 본다…창업가의 진심이 핵심
카카오(035720)그룹의 벤처캐피털(VC)인 카카오벤처스는 법인 설립 전 단계의 팀에도 투자할 만큼 ‘극초기 투자’에 집중한다. 이달 기준 누적 피투자사는 280곳 이상, 누적 투자금은성공투자
3900억원을 투입한 가운데 신규 투자 기준으로는 시드·프리A 단계가 전체의 96%에 달한다.
이러한 초기 단계 기업은 매출이 없고 지표가 불완전한 상황으로, 신뢰할 수 있는 건 창업자의 사고방식과 실행 패턴뿐이다. 조 수석은 “과거 성과보다 그 사람이 어떤 가설로 문제를 정의하고, 어떻게 실험하며 실패를 반복했는지를 본다”며 “결국 그야마토게임장
과정이 미래의 궤도를 보여준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 수석은 투자 심사 때 “창업자의 학력·이력보다 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가”를 가장 먼저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돈이 될 것 같아서 시작한 창업은 오래가지 못한다”며 “자신의 경험이나 사명감에서 출발한 문제의식을 가진 창업자가 끝까지 버티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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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수차례 실패한 창업자에게도 기회를 준다. 조 수석은 “실패 그 자체보다 문제를 계속 개선해 나가는 태도가 훨씬 중요하다”며 “결국 벤처투자는 사람과의 관계로 이뤄지기에 기본적인 신뢰와 도덕성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사업 아이템이라도 함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AI 시대에도 판단은 결국 인간의 몫
AI 기술이 빠르게유피디
발전하면서 최근 VC업계에서도 AI가 정보 수집이나 시장 분석 등에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조 수석 역시 투자 심사 과정에서 챗GPT나 퍼플렉시티 같은 AI 도구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언젠가 AI가 정량적 부문 심사를 대체할지도 모른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그는 “AI는 정성적 부문에서 의사결정을 대신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조 수석은 “AI는 정보를 정리하고 비교하는 데는 탁월하지만, 창업자가 왜 이 사업을 하려는지 비전을 읽어내진 못한다”며 “스타트업의 가능성을 판단하려면 정량적 데이터보다 창업가의 동기, 진정성, 맥락을 봐야 하는데 그건 아직 인간이 더 잘한다”고 강조했다.
AI로 일의 방식을 바꾸다…‘사람을 위한 효율’ 주목
조 수석은 최근 스타트업 투자 흐름을 “AI를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요약했다. 카카오벤처스가 투자한 대표 사례로는 집수리 플랫폼 ‘홈코(HomeKo)’와 다국어 교육 솔루션 ‘하이로컬(HiLocal)’을 예로 들었다. 홈코는 AI로 시공 견적 산정과 기사 동선을 자동화해 기존 ‘깜깜이’ 시장을 바꿨고, 하이로컬은 외국인 근로자가 스마트폰으로 한국어 안전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두 기업 모두 산업 현장의 불편함을 줄이는 ‘사람 중심 기술’이라는 데 있다.
그는 “AI의 진짜 혁신은 기술의 정교함이 아니라 그 기술이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을 새롭게 만든다는 데 있다”며 “제조·건설·조선 등 현장 중심의 노동집약 산업에서도 AI가 안전관리, 동선 설계, 견적 자동화 등 실질적 효율을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투자는 돈보다 관계”…사람이 남는 투자 지향
조 수석은 카카오벤처스의 차별점으로 투자 이후의 관리를 꼽았다. 단순히 자금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투자 기업을 VC 생태계에서 장기적인 ‘동반자’로 키우는게 목표다. 사내 PR·마케팅·채용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내부에 두고 스타트업이 마주하는 실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스타트업 대표들을 모아 ‘SEO(검색엔진 최적화)’나 ‘조직문화’ 세션을 정기적으로 열고, 육아나 멘탈케어 같은 주제로 소규모 네트워킹도 운영한다.
그는 “창업자들이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투자 심사역이 돈만 주는 사람이 아니라, 옆에서 같이 걸어가는 파트너라는 걸 느끼게 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기 수익률을 넘어 ‘좋은 관계’와 ‘사람’을 남기는 게 보람”이라며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벤처투자는 결국 사람이 사람을 믿는 일로, 그 믿음이 쌓이면 수익률 이상의 성과도 자연스럽게 따라 올 것”이라고 했다.
이소현 (atoz@edaily.co.kr)